이제 술이야기를 했으니 담배이야기를 할 차례인가?
난 술도 많이 묵지만 담배도 피운다. 한마디로 시대에 좀 떨어지고 가족들의 미운눈치를 많이 받는다. 고등학교 때 몰래몰래 한두 가치씩 피우든 담배가 대학을 타지방으로 가면서 아예 대놓고 피웠다. 우리 때의 흡연은 성인남자의 당연함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성인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세상은 많이도 빠르게도 변하네…….
내가 담배를 처음 피워본 건 아버지의 꽁초로부터였다.. 너무나도 맛있고 멋지게 피우시는 아버지를 보고 몇 살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 어린 나이에 한번 몰래 피워 보곤 기절초풍을 하는 줄 알았다.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마음에 피워 보고 싶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중학생 때 소풍 가서 친구들이랑 모여 입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수학여행 가서도 피워 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몰래 몰래 한두 가치씩 피우기 시작했다.. 이때까진 그냥 어른 흉내 정도 였다. 친구들 끼리 “식후 불연초면 자식만대 고자속출” 뭐 이런 소리도 하면서 말이다. 아마 내나이때 사람들은 이 말 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그러다 대학시절 타지방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나의 흡연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의례 것 대학생이 되면서 담배는 필수 기호품이었다. 주위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니 성인이 되면 담배 피우는 걸 그리 나쁘게 보진 않았다. 그렇다고 어른이 보는데 대놓고 피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흡연은 성인이 되었음을 알리는 행동 중의 하나였다. 특히 남성들의. 그 당시에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흡연 하는 걸 본적은 거의 없었다. 얼마전에는 아파트 단지 내를 걸어가면서 답배를 피우는 젊은 여자를 보면서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 땐 시골이나 도회지에서 나이 든 할머니들의 흡연은 자주 보곤 했다. 그런데 내가 20대 일 때는 여자의 흡연을 금기시했다..
어떤 친척은 아예 인사를 가면 담배와 재떨이를 챙겨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객지 생활을 한 나는 슬퍼도 한 대 괴로워도 한 대 즐거워도 한 대 ,, 날이 좋아서 한 대, 날이 나빠서 한 대 참으로 많이 도 피운 것 같다.
하숙이나 자취를 하다 보면 용돈도 떨어지면 담배꽁초를 모아 영어사전을 찢어 말아 피운 적도 있다. 그런데 재떨이에 가끔 침을 뱉는 친구들이 있는데 난 지금도 이런 사람을 제일 경멸한다.. 나중에 꽁초를 피워야 하는 데 재떨이에 침을 뱉으면 다음에 꽁초를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용돈이 올라오면 담배 한 보루를 제일 먼저 사놓았다. 담뱃값도 한 갑에 500원 정도였다. 그 당시 내가 제일 즐겼든 담배는 ‘선’이었다. 그때는 일어나면 으레껏 잠자리에 누운 채 담배 한 대를 피웠다. 가끔 이런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지금은 베란다에서도 못 피우니 말이다. 그렇다고 난 담배 옹호주의는 아니다 담배는 안 피우는 게 맞다. 그냥 냄새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하물며 건강을 생각 한다면, 여하튼 그때는 자기 전에도 이부자리에서 담배를 피웠다. 식당이나. 커피숍 어디를 가나 담배를 피웠다. 대학교 강의실 복도에서도 피우고, 술집, 당구장, 내가 아주 어렸을 땐 버스 안에서도 피웠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도 흡연석이 있어 담배를 피웠다. 금연 장소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일본 사람이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걸 뭐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도 예전엔 그랬다. 다행히 지금은 아니지만,
군대에서도 휴식 시간 중 조교들이 “담배 일발 장전” 그러면 우리는 “발사” 하고 한 대씩 피웠다. 내가 담배를 한창 피울 때 하루에 네 갑을 핀 적도 있었다. 그때 난 인도네시아 발리에 살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내입엔 항상 담배가 물려있었다. 다행이 그곳은 공기가 좋아서 인지 그렇게 많은 담배를 피우는 데도 가래가 잘 생기지 않았다. 목도 그리 아프지 않았다. 나도 결혼을 하고 애들이 생기고 하면서 점점 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베란다에서 그러다 뒤 베란다로 다시 아파트 복도로 이제 집에서 완전히 쫓겨나 외부에 있는 아파트의 흡연 장소로 다음엔 어디로 밀려 날지 모르겠다. 우리 딸네미가 4~5살 정도일 때는 주로 베란다에서 피웠는데 뒷베란다로 밀리기 전이었다.. 무슨 일인지 둘만 집에 있었고 겨울이었는데 담배를 피우고 들어 갈려니 어린 딸네미가 베란다 문을 잠가 놓고 아주 엄한 얼굴로 “ 담배 피우지 말랬지, 문 안 열어 줄 거야 ” ”라고 하면서 이제 담배 안 피운다는 맹세를 하라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거의 속옻 차림으로 추운 베란다에서 30분 가까이 싹싹 빌고 들어 온 적이 있다. 그 딸은 한참동안은 내편을 들어주었다. 지 엄마가 나한테 담배냄새가 너무 난다고 하면 " 난 전혀 모르겠던데"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은 담배 냄새가 나도 아빠에게서는 나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영원한 내편인 딸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자주 " 아이그 담배 냄새 아빠 담배 좀 끊어"라고 한다. 끊긴 끊어야 할 듯, 하지만 난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
그렇다고 금연을 시도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전부 실패. 그래서 이제 아예 포기 하고 그냥 피운다. 내 나이60살에 담배를 끊어서 뭐 하냐!! 그냥 이리 즐기다 죽으면 되지 하는 나름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말이다.
점점 담배의 유해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흡연 장소를 찾기가 힘들다. 예전 어렸을 때 AFKN 이라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군인을 위한 방송이 있었다.. 그리고 보니 이방송이 언제 TV에서 사라졌는지 모르겠네. 여하튼 컬러가 가 아닌 흑백방송으로 알랭들롱 ( 프랑스의 유명한 미남배우,, 그런데 우리 아들 딸 들은 잘 모르더라) 이 아주 멋진 검은 정장과 코드 그리고 모자를 쓰고 나온다. 손에는 기관 단총을 들고 있다. 그리고 주변을 모든 적들을 다 해치운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곤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데 ‘탕’ 하는 총소리가 나며 알랑들롱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 쓰러진다. 그리고 금연하자는 자막이 나오면서 끝이 나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금연 광고 중 가장 임팩트가 있는 광고였다..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이었든 것 같은데 참으로 잘 만든 광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연을 생각 하면 항상 떠오르는 영상이다. 주윤발 등이 나오는 홍콩 누아르 이전의 알랭들롱시절의 누아르 영화를 배경으로 만든 것이다. 금연을 해야 한다. 지인들 중 많은 사람이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대부분 병으로 인해서 끊은 경우가 많더라. 난 아직 치명적인 병도 없으니 …….
금연을 한 친구들에게 뭐가 좋아졌냐고 물으면, 일단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옻에 담뱃재로 인해 구멍 나는 일이 없다. 정도더라. 그래도 금연이 맞긴 하다
하지만 40년 넘게 나를 위해 온몸을 불태워준 그를 버릴 수가 없다.
그냥 피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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