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어머님의 치매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어머님의 치매는 잘 들리지 않는 것부터 시작된듯하다. 잘 들리지 않으니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보청기를 사드렸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잃어 버리 셨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점점 대화가 사라지고 대화가 없으지니 기억도 사라지는 듯하다.
한참 전 예능 프로에 장수 마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이제 백세시대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백세까지 살고 싶지 않다. 그 프로에서 두 할머니가 나오셨다 거의 90이 넘으신 걸로 기억하는 데 어린 10대 시절 같은 마을로 시집와 앞뒤집에서 살면서 평생을 같이 보내신 분들이었다. 모처럼 두 분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채 5분이 되지 않아 그냥 자리를 뜨고 말더라. 서로 대화가 되지 않아서
아무리 우정이고 정이란 것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지 서로 말이 안 통하는데 무슨 정이 더 생길까.
말하는 건 한다고 쳐도 들리지 않으니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시다. 입맛을 다시며 그냥 자기 집으로 돌아가시더라. 청력이 정말 중요하더라.
귀에 관한 병중에 이석증이란 게 있더라. 나의 아내는 이석증이 있다. 유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모님도 이병이 있으시다. 세상에 그런 병도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참 무서운 병이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이병이 도지면 어지러움으로 인해 꼼짝을 못 하니 말이다. 세상에는 참 희한한 병도 많은듯하다. 유전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 딸이 그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끔 걱정이 앞선다.
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어린 시절 할머니는 자주 나의 귀를 밑으로 잡아당기셨다. 내가 할머니 왜 자꾸 귀를 잡아당기냐고 하면 저기 박정희 대통령 사진을 봐라. 귀의 윗부분이 눈 보다 아래쪽에 있다고 하시며 방에 걸려 있는 박정희대통령 사진을 가리켰었다. 난 관상이니 뭐 이런 걸 잘 모르지만 할머니께선 귀한 손주가 박 대통령 같이 큰사람이 되시길 바라셨나 보다. 한참이 지난 후 박대통령 사진을 보니 정말 귀가 눈 밑에 있다. 왕정시대의 끝자락을 경험하신 할머니는 아마 대통령도 왕이라 생각하신 듯하다. 그래서 새로운 왕의 얼굴을 보니 특이점이 귀가 밑에 달려 있고, 사랑하는 당신의 손자도 박대통령 처럼 되기를 바라셔 그리 하셨을 것이다.
할머니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할머니의 그 손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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