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땐 도시락이란 걸 들고 다녔다.
그때도 보온 도시락이 있었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는 보온 도시락이 왠지 애들 같아 보여서 양은으로 만든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
책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밀폐성이 좋지 않아 신문지로 잘 싸서 책과 나란히 넣어 다녔는데 가끔 반찬 국물이 새어 책을 버리기도 했다.
특히 김치 국물이 문제 였다
도시락 한쪽에 만들어진 반찬 넣는 곳에 김치를 넣으면 책가방 구조상 세워서 넣어야 하므로 김치국물이 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예민한 아이들은 등교 하자 말자 도시락을 꺼내서 책상 서랍에 넣어 두기도 했지만 등교시간 동안 흐른 김치 국물은 교과서 모퉁이를 적셔 책을 펼 때마다 오묘한 냄새를 내곤 했다.
그래서 김치반찬을 꺼려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특별히 도시락용 반찬을 따로 만들어 주진 않았다
가난하고 힘든 시기였다. 김치가 모든 친구의 공통된 도시락 반찬이었다. 김치국물이 묻은 교과서 노트를 아무도 뭐라 하진 않았다.
나중에는 다들 김치는 애기들 이유식으로 나오는 유리병을 활용해 넣어 다니긴 했지만 이 역시 김치 국물을 완전히 잡아 주진 못했다. 가방을 얌전히 들고 다니지도 않았고 가방을 눕혀 보관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등교하는 차 안에서 자리에 앉은 친구들이 가방을 들어주었는데 이때 세워 두면 좋은데 눕혀서 받아 주면 유리병이라 할지라도 김치국물은 어쩔 수 없었다
책이랑 노트모서리에 묻은 김치 국물은 그 당시 학교를 다니든 모든 사람들의 상징이었고 그 오묘한 냄새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오늘은 그 냄새가 몹시 그립다. 빈도시락에 달칵거리든 젓가락 소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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