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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60살 비오는날

by 모집자 2023. 5. 2.

오늘 비가 오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비 오는 날 무슨 생각을 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속에 잠겨요.라는 노래가 제일 먼저 생각나고, 술이 생각난다.

비 오는 날은 술 마시기에 너무 좋다.

뭐 꼭 비가오지 않아도 술은 항상 먹지만, 지금이야 술을 마시더라도 아파트 식탁에 앉아 마시거나 술집에서 마셔도 밖에 비 오는 걸 보지 못하며 마시지만 인도네시아 발리섬 우리 집에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술맛이란!

그리고 어린시절 장마철 할머니댁 길옆에 있든 개울물 내려가는 소리, 역시 발리에서 스콜이 올 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든 추억등이 생각난다.

동남아시아 우기에 오는 비는 맞으면 아플 정도로 빗방울이 엄청 크다. 우리 어머님 표현에 창대 같은 비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비에 대한 추억보다 발리섬에 살 때의 추억이 더 많다. 아마 우기에 비가 자주 오고 많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30여 년 전 발리에서 비이야기를 해보자면,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첫 비가 오면 엄청난 먼지가 일어난다. 그동안 메말랐든 흙에 빗물이 떨어지며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냄새, 흙냄새.

또 이때가 되면 수많은 개구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길거리에도 집에도, 어느날 차를 몰고 그 당시 흔하지 않은 아스팔트 길을 달리다 보면 뽁뽁, 퍽퍽 거리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개구리들이 온천지에 나와 다녀서 차바퀴에 밟히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은 맹그로브 숲으로 유명한 스웡이란 지역을 지나면 붉은게들이 온 도로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급작스런 스콜로 길의 일부가 불에 잠기면 부근 개울에서 올라온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펄떡 거리기도 했다. 참으로 정겨운 모습들이었다.

이제는 발리에서도 보기힘든 풍경이라 한다. 가끔 누군가는 말하길 나이 든 게 아쉽다고 한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나만의 추억이 있으니 나이 든 것도 가끔 괜찮을 때가 있다.

 

인간은 인생의 절반을 미래에 대한 기대로 나머지 절반은 살아온 날의 후회로 보낸다고 했던가.

 

비가 오니 왠지 센티멘탈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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