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음식이다
난 이렇게 과감히 단언할 수 있다
젊은 시절 몇 년을 동남아시아에 산적이 있다. 난 김치를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밖에 먹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한 일년 산적이 있는데 그때도 한국 음식을 먹지 않고 중국 음식만 1달을 먹은 적도 있다.
주변의 교민들도 당신같은 사람은 처음이라고 고수맛으로 인해 대부분 중국음식을 먹기 힘들어하는데 대단하다고들 했다. 유럽에서 3달간 빵만 먹고 산적도 있다. 30여 년 전 프랑스 파리에는 내가 알기로 한식당이 2곳뿐이었다. 그곳에서 지내는 3달 동안 한식당에 한 번밖에 가지 않았다. 다시 말해 꼭 한국 음식이 없어도 잘 지낸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동남아시아에서 살 때 저녁이면 교민들과 자주 모여 술 한잔 식을 하며 저녁시간을 보내는데 매일 만나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는 거의 없고 했든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그걸 알면서도 마치 모르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주고 또 한다. 그런데 나중에 가서 결국은 항상 한국에서 먹었든 음식이야기로 끝이 나더라.
어떤 음식이 맛있고 언제 먹었든 음식이 맛있고 어떻게 먹는 게 맛있고 등 항상 새롭고 신기하고 고향, 우리나라를 그립게 만들더라. 나만 그런지 몰라도 난 그랬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난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소주 말고 독한 위스키를 과음하게 되면 다음날 더운 날씨에 머리는 아프고 속은 니글니글 한데 어디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이 그리도 그리웠다.
가끔 한국에 나오면 친구들이 오랬만에 왔다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자고 하면 난 필요 없고 어디 허름해도 좋으니 맛있는 국밥집이 좋다고 했다. 고향이 부산인지라 대부분의 친구들은 화려하고 잘 차려진 생선회집을 가자고 했지만 난 한사코 돼지 국밥이나 돼지 불고기 집으로 가자고 했다. 생선은 지겹다고. 섬에서 살다 온 내가 생선이 뭐 또 먹고 싶겠는가
내가 살던 인도네시아 발리섬은 그 당시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본식 회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직접 잡거나 현지인을 시켜 잡아온 생선을 회로 먹었다. 작은 건 버리고 대부분 10kg 이상의 큰 고기만 먹었다. 그리고 생선시장에 가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한 번은 그 비싼 다금바리 살아있는 15kg짜리를 13,000원에 구입한 적도 있다.
얼마나 크던지 죽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아는 일본인이 참치 선별사로 있었는데 내가 소주 살 테니 안주 좀 준비해 달라고 하면 나중에 자기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가보면 눈 짓으로 저거 가져가라고 해서 보면 60kg짜리 참치 한 마리를 통으로 주곤 했다. 그 일본인 아저씨는 대가로 오이김치랑 소주를 먹었다. 오이소박이를 정말 좋아했다. 얻어온 참치는 가져와서 다담이 방망이처럼 길게 잘라 랩으로 사서 냉동고에 몇 시간 얼려 두었다가 하나씩 꺼내서 잘라먹곤 했다. 너무 많아 아는 한국지인들에게도 나누어주기도 하고.
여하튼 한국에 오면 나물 반찬, 된장에 묻어둔 장찌들이 그리 맛있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 사람들만 먹는 그런 음식들만 먹고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현지 한국인 지인들과 모여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안주로 며칠을 재미있게 지낸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처럼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을까?. 대충대충 먹는 법이 없다. 먹을 땐 최선을 다해 맛있게 만들어 먹는다.
지금은 외국이라도 어딜 가나 한국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다지만 내가 살던 30여 년 전 그때는 한국 음식이 정말 귀했다. 친한 지인들이 오면 숨겨두었든 신라면을 같이 먹고 믹스커피를 대접하는 게 정말 큰 대접이었다. 그리고 다시 향수에 빠진다.
딸랑 라면 한 봉지 먹고 말이다.
당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이 있어 없는 게 없다고 하지만 내가 살던 발리에는 한국 식품점이 없었다. 소주도 일본인 슈퍼에 가서 구입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한 것이 다시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것이었다. 그래서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라면도 마찬가지였다. 고추장, 고추장, 고춧가루는 현지에 사시는 교민들의 보물이었다. 그래도 어디서 들 잘 도 구해 김치도 만들고 된장찌개도 끓여 먹더라. 나보다 윗세대 삼촌들 세대 역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창 우리나라에 중동붐이 불어 근로자로 중동에 근무할 때, 대부분 중동의 나라에서 술을 금지하고 있어 구할 수 없었지만 몰래몰래 밀주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더라. 한때 미국에서도 난리가난 달리는 자동차 안에 개고기를 먹든 사람들 내가 군대 시절 계란 후라이를 야전삽에 해 먹고 라면을 세숫대야에 끓여 먹었든 일들을 생각해보면 한국사람들은 음식에 좀 유별나다
사람에게 의식주가 중요하다. 그중에 먹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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