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글을 써면서 생각해 보니 멀쩡한 게 하나도 없네 두피염에 백내장에 이번엔 코이야기를 할려니 비염을 빼놓을 수 없네.
언젠가 읽은 글 중에 의과대학에서 실험을 하는데 실험용 시체로 여자가 선택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참여한 의대생들이 그 예쁜 얼굴에 대한 연민 등으로 집중을 하지 못하고 매스를 들지 못하자 이를 보든 교수가 시신의 코를 잘라 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그 아름답든 여인은 정말 추한 모습이 되었고 학생들도 실험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왜 교수는 다른 부위를 제쳐두고 코를 잘랐을까? 코가 사람의 외모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50대 후반부터 밥을 먹으려면 재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도 항상 밥상에 앉기만 하시면 재채기를 하셨다. 형님이나 누님은 그렇지 않다 하셨는데 난 아버지를 그대로 닮았나 보다. 좋은 것도 좀 닮지.
여하튼 나이들어 비염이 생겨 아주 죽을 맛이다. 재채기만 나는 게 아니라 어떤 날은 수도꼭지처럼 콧물이 흐른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다녀 좋은 점은 휴지로 막고 다녀도 안 보이는 게 참 다행이다. 얼마나 흐르는지 휴지로 막아도 휴지를 다 적시고 남은 콧물이 흐른다. 정말 미칠 지경이다. 비염이 생기면서 또 다른 증상은 냄새를 맡지 못한 다는 거다. 음식을 먹어도 냄새를 못 맡으니 그 맛이 예전만 못하다. 그런데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없듯이 멀쩡하다. 병원에 가보라 하지만 어릴 때부터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한다. 맹장도 참다 참다 터지기 1시간 전에 병원엘 갔다. 인내심이 강한 게 아니라 좀 무식한 거다.
항상 이야기하는 거지만 나이는 확실히 나이다. 뭐 하나 비껴 가질 않고 모든 신체 기능들이 떨어지고 있다. 체력적인 것도 마찬가지 일 텐데.....
하지만 여력이 남아 있을 때까지 할 건 하고 즐길건 즐기며 살아야겠다. 식구들이 술 좀 작작 마셔라, 담배 좀 줄여라 하지 만난 항상 성철 스님을 이야기한다. 콩알, 솔잎크기까지 정하여 드셨다지만 100년을 못사신건 다 마찬가지이다. 술도 드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시지 않고 절제되고 정제된 삶은 사셨지만 80을 조금 넘기고 결국 열반에 드셨다. 난 그런 삶을 살 자신도 없고 그냥 맛있을 때 많이 먹고 즐거울 때 즐기고 좋아하는 것 하면서 살란다. 지금도 맘모스빵 하나 사서 크림이랑 딸기잼을 뚝뚝 흘리며 배부르게 먹고 있다. 비만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그냥 먹을 란다.
담배를 끊은 친구 말로는 담배를 끊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끊은 게 아니고 참고 사는 거라고
난 안 참고 그냥 하든 대로 살란다. 비염은 잘 낫지도 않는다는 데 고치려고 병원 다니는 것도 싫고 그냥 이리 살란다.
비염으로 코가 없어지지도 않으니 그냥 그냥 콧물이랑 적당히 타협하며 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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