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나서야 말씀을 시작하신다.”
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존경했다. 그 당시 다른 친구들이 전부 이순신 장군,,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인물이라 할 때도 난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는 1931년 생이시다. 일본 강점기를 철이 들어 경험하시었고 해방을 맞이하시고 자유당 시절을 경험하시고
6.25 전쟁에 참전하시고, 전쟁이 끝난 후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정을 보시고..... 참으로 파란 만장한 생을 온몸으로 직
접 겪어셨다.. 소설을 한 권 써도 될듯하다. 우리 어머님께선 항상 말씀하시길 너희 아버지는 아내인 나한테는 빵점 짜리 남
편이지만 너희 아버지로서 100점이 아니라 천 점짜리 아버지라 하셨다. 또한 굉장한 효자라 하셨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벌써 12년이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문상오신 아버지의 사촌동생 중 한 분께서 너희 아버지는 항상 사람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고 그중 으뜸은 위로 조상님과 부모님을 잘 모시고 공양해야 하고 아래로 자식을 낳아 잘 교육하고 키우는 거라 하셨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 아버지께 나를 키우며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여쭈어 보니 잠시도 망설
이지 않고 “너를 해병대에 보낸 것”이라고” 하셨다. 왜 그런지 다시 묻지 않았다. 그냥 아버지의 생각은 그 당시 나에겐 중요
하지 않았다. 무슨 답을 하시든....... 다시말해 아버지의 생각은 내 인생에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런데 그답을
돌아가시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며칠이 지나자 그때부터 아버지랑 의논해야 할들이 갑자기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거다. 그런데 안 계시니 답답하고 그리움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정말 물 밀 듯이. 돌아가신 날 슬픔보다 몇십 배 더한 슬픔은 느꼈다. 아버지가 안 계심을,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아버지가 말씀을 시작하시더라,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니라 살아생전 아버지가. 내가 의논하고 싶어 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아버지는 이미 다 말씀하시었더라, 다만 내가 듣지 않았을 뿐이었다.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제야 들리고, 알게 되고, 이해된다.. 왜 그때 그런 말씀, 그런 행동들을 하셨는지.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무슨 고민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아니 이미 말씀하시었다. 다만. 내가 이제야 듣고 이해할 뿐.. 오늘 그런 아버지가 다시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나서야 말씀을 시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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